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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기한 지난 전쟁영화 종합선물세트.. 월드인베이젼
    보편적인 문화생활 2012. 3. 23. 11:53

    인베이젼 리뷰쓰다가 생각나서 예전 글 가져왔습니다.

    -월드 인베이젼-

    맥에서 커맨드 esc 를 누르면 나오는 영화예고편 보기 중에서 나름대로 기대감을 가지게했던

     영화인데.. 막상 나온걸 보니 이건뭐 3류 밀리터리 덕후가 만든 망작이네.

     심심하면 외치는 해병대정신,외계인인지 좀비인지 헷갈리는 적, 답답할 정도로 단일적인 시점.

     굳이 씹는 글을 쓰기도 아깝고

     네이버 영화평중에서 완전 공감가는 녀석으로 가져왔다.

     진짜 시원하게 씹었다!


     ========================================================

    헐리우드 전쟁영화의 에피소드들 중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만 모아 종합선물세트로 만들어 놓은 듯하다.

    자신의 실수로 죽은 동료에 대한 트라우마로 괴로워 하는 하사관,

     전투경험없어 당황하는 소대장, 시가전이 벌어지자 패닉상태에 빠지는 군인,

      가족을 위해 군인대신 총을 드는 민간인, 자폭하여 적군을 막아내는 희생정신,

     후퇴는 없다고 외치는 해병대정신....

      위와 같은 구질구질한 이야기가 영화의 태반이다.

     이런 북한선전영화 삘나는 전쟁신파극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 즐겁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인디펜던스데이]를 보면서도 미국만만세에 전혀 거부감을 안 느꼈던 사람이고 , [인디펜던스데이]가 클래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오글거리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것이 미국이라서가 아니었다. 군인정신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 보인다는 것이다.

    [월드인베이젼]에는 외계생명체와 조우하는 충격과 신비같은 것이 전무하다. 외계인이지만, 외계인이 아니다. 모양만 외계인일 뿐 그냥 인간인 적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들 외계인들은 LA거리에서 주로 소대 정도의 단위로 미군들과 총 - 레이저총도 아닌 그냥 따발총 - 을 쏘며 시가전을 벌인다. 그나마 이것도 [블랙호크다운]식 빠른 편집으로 대충 보여주는 정도이기 때문에 외계인은 가끔씩 보일락말락, 외계인의 존재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냥 소말리아 폭도들 정도의 적들과 싸우는 듯한 느낌. 이렇게 보여줄 거면,굳이 왜 적을 외계인으로 설정했는가 하는 의문이 보는 내내 지워지지 않았다.

     더욱 나쁜 것은 너무나 바보같을 정도로 한심한 외계인의 전투기술인데, 이들은 아예 엄호, 엄폐, 기습과같은 초보적인 전투개념 자체도 없는 듯하다. 자신의 몸을 길거리에 훤하게 드러내고 느릿느릿 접근하는 건 기본이요, 달려오는 장갑차 앞에서도 몸을 날릴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 비디오게임의 적들조차 엄호, 엄폐, 기습, 퇴각, 지원요청 등 고도의 AI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 여기 나오는 외계인들은 최악의 Ai를 보여준다. 관객의 수준을 못 따라가는 구태의연한 연출이 너무 눈에 띄었다.

    시도때도 없이 난입하는 전쟁신파는 시원스럽고 속도감있게 전개되어야 할 전투의 리듬을 끊어버리는 독이 되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몰라 침이 마르고 똥줄이 타야 할 시가지 전투의 치열함은 옅어졌고,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클리쉐대로 진행될 거라는 편안한 예측 속에서 나는 긴장감을 놓은 채 졸음과 싸워야만 했다.

    아마 최고의 장면은 리어카를 끄는 외계인들과 싸우는 장면일 것이다. 외계인들이 길가에 훤히 몸을 내놓고 엄폐물도 없이 굼지럭굼지럭 리어카를 밀고 올 동안, 해병들은 내가 희생하겠다는 둥 같이 가자는 둥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다.

     감독에게는 치열한 전투를 재현하는 것보다는 해병대 정신을 살리는 게 더 중요했던 게 틀림없다. 스타일만 [블랙호크다운] 스토리는 [배달의기수], 그런 전쟁영화가 바로 [월드인베이젼]이다.

     그렇다고, 화력이 월등하게 뛰어나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마지막에는 주인공들이 지구인들의 무기만으로 몇 배나 되는 외계인들을 가볍게 섬멸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군사적 거점도 아닌 민간인 거주지역을 다짜고짜 공격하고 사람만 보면 일단 "따발총"부터 갈겨대고 보는, 외계인의 말도 안 되는 전략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과학수준을 수백배는 뛰어넘을 고도의 우주여행기술, 그리고 핵분열과는 차원이 다른 물을 이용한 핵융합 에너지 기술까지 보유한 최첨단 과학문명의 외계인들이 인류를 멸종시키려고 쓰는 전략이란게 그냥 따발총전투라니.... 영화 속에서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 중 가장 멍청하고 한심한 종족들이 아닐까 싶다.

     나는 군복입은 사람만 나오면 무조건 다 재미있다 하는 분에게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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