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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정의입니다.
    강북 독신귀족 2013. 1. 7. 15:10

    삶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내 경우에는 '정의'였다. 적어도 그 내앞에서 '정의'가 흔들리는 일이 있을때, 맞서 싸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사립이었고, 상당히 보수적인 재단과 교원들,학칙속에서도 자유로운 동아리 활동이 특징적인 곳이었다.

    폭력사건으로 유명한 대기업회장이 이사장인 학교이며, 교련시간에 군가를 불러제끼며 운동장을 돌곤 했다.

    사립학교면 으레 그런지 모르겠으나, 신규교사도 웬만하면 학교 졸업생을 채용하려는 분위기가 있었고,

    내가 다니던중 보았던 많은 수의 '모교출신' 선생은 꼴통중에 상꼴통이었다.

    윤리선생이랍시고 온 놈이 첫수업에서 윤락가를 간 이야기를 하니..뭐 얘기 다했다.


    어쨌든, 이런 학교분위기 속에서 청춘을 소모하며 맞은 (고3?고2?) 여름. 나는 학교 뒤쪽에 있는 독서실 건물 (기숙사와 붙어있던가..)에서


    혼자 자습(이었는지 그냥 책읽기였는지)을 하고있었다. 해가 진 뒤에 미술학원에 갈 생각이었던거 같다.

    여튼 그런데 한쪽에서 뭔가 부딫히고 깨지는 소리가 나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싶어서 보니 '서울대 입시반'이 쓰는 공부방에서 난 소리였다. 가보니 학생들이 우왕좌왕하고있고, 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흐른 상태, 그리고 내가 아는 한 친구가 머리를 부여잡고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친하진 않았지만, 대화는 통하는 친구였고, 약간 비만에 얼굴도 벌건, 딱봐도 고혈압같은 학생이라 출혈도 컸던거 같았다. 이건 무슨일인가 싶어 같은 동아리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신ㅁㅁ라는 학생이 유리컵으로 김ㅇㅇ 를 가격했다는것이다. 한마디로 서울대 진학반이라는 특별 클래스에서 일어난 유혈 폭력사태였다.


    입시명문이라고 자랑하던 학교에 먹칠을 할수도 있는 중대사건이었다.


    그리고, 애시당초 신ㅁㅁ라는 학생에 대해서는 사건전부터 말이 많았다.

    왜냐하면 서울대 진학반은, 전교 20등 이내의 학생만이 선발되게 되어있는데 이 신ㅁㅁ는 등외의 성적이었다.

    그런데 서울대 진학반에 들어간다. 왜냐? 신ㅁㅁ의 아버지가 그 학교의 선생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성적지상주의인 학교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었고, 부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다.

    그런 신ㅁㅁ가 폭력사건을 일으켰다?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내심 이 사건이 어떻게 될까 주목했다.



    그런데..며칠이 지나도록 이 사건에 대해 학교측에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않는 것이었다.

    다친 김ㅇㅇ는 입원해서 몇바늘을 꼬맷다는 이야기만 있지, 왜 다쳤는지에 대해서는 학생들은 전혀 몰랐다.

    동아리 친구를 통해 들은바로는 서울대 진학반에 함구령이 떨어졌다고 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고, 지금생각해도 이상할만치 불타는 분노를 느꼈다. 그 다친 친구와 딱히 친한것도 아니었는데도,
    선생 아들놈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준데 이어 면죄부 까지 주려는 학교측의 행태를 참아넘길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놓고 피켓시위라든지 이런 방법을 택하기엔 내 부담이 너무 컸고,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인터넷의 힘을 이용하기로 했다.

    내 모든 분노를 실어 이 사실을 알리고, 가능한 많은 조회수를 유도하자! 라는 취지하에 피씨방에 가서 이 사건의 내막을 담은 글을 작성하고,


    <피바다 사건>이라는 타이틀로 학교 게시판에 올렸다.물론 익명으로. 그리고 그 뒤의 반응은 보지않았다.

    그게 금요일이었던거 같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 학교에 등교하자 조회에서 선생입에서 바로 이 이야기가 터져나와 솔직히 놀랐다.
    학교측의 대응은 이랬다. <누가 이런 글을 올렸냐, 자수해라!>학교측에서는 ip 추적까지 한다고 했지만 pc 방에서 익명으로 올린 글이었고, 당연히 현금결재를 했기때문에 추적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예상했던, 너무도 뻔하고 멍청한 대응이었다. 이 대응으로 인해 학생들은 오히려 그 진상에 대해 궁금해 했고, 사실이 더 많이 알려졌다.

    그리고 나는 말없이 조소만 지을 뿐이었다.

    이후 그냥 넘어가기엔 사태가 너무 커졌는지, 학교측은 신ㅁㅁ에게 근신처분을 내린것으로 기억한다.


    명백한 솜방망이 처벌이었지만,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것을 확인시켜준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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